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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 도박 혐의로 친정 같은 ‘개그콘서트’를 떠나야 했던 김준호가 여전히 ‘도박 개그’를 끊지 못하고 있다.
12월 19일 방송된 SBS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에서 개그맨 김준호는 후배이자 영화감독인 박성광의 첫 장편 영화 ‘웅남이’ 속 카메오 역할로 출연하게 됐다. 이날 김준호가 맡은 역할은 도박꾼을 잡는 경찰 역. 박성광이 도박꾼 역할을 제안했지만 김준호가 이를 거절하자 경찰 역할로 변경하게 됐다는 비화도 공개됐다.
그러나 김준호는 여전히 도박 잡는 경찰보다는 도박꾼에 심취한 모습을 보였다. 김준호는 “돈을 따고 기뻐하고 그러던데 실제 도박꾼들은 보통 안 그런다. 노래가 절로 나온다. 돈을 잃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다”며 경험담을 방출했다. 이어 “어머니 병원비를 훔쳐 돈을 거는 애절함”이라며 선을 넘은 실언도 추가해 시청자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계속되는 경험담에 듣다 못한 박성광이 “아예 도박꾼 역으로 바꾸는 건 어떠냐”고 하자 김준호는 그제서야 꼬리를 내리고 “그건 참아달라”고 호소했다. 도박꾼 역할은 부담스럽지만 도박꾼에 관한 조언은 신나게 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굳이 황금 같은 일요일 저녁에 봐야 할 이유가 있을까.
김준호는 지난 2009년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개그콘서트’를 하차했으며 약 1년 만에 복귀했으나 2019년 KBS 2TV ‘1박2일’ 출연 당시 차태현과 내기 골프를 한 정황이 포착돼 동반 하차했다.
자숙 후 ‘개그콘서트’에 복귀할 때 “자숙의 시간 동안 연예인으로서 사회적 책임에 대해 통감하게 됐다”던 다짐과 정면 대치되는 모습이었지만, 김준호는 자숙의 아픔을 벌써 회복했는지 다시금 ‘도박 개그’ 카드를 남발하고 있다.
마치 도박을 해본 경험이 자랑이라도 되는 듯 한 수 가르쳐주겠다는 식으로 희화화하는 모습에 동료 출연자들도, 시청자들도 웃지 못할 난감함을 느낄 뿐이었다. 출연자 어머니까지 모신 ‘미우새’에 담긴 도박 개그는 선을 넘은 수준이 아니라 어떤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지 망각한 게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김준호 뿐 아니라 신정환, 이수근을 포함한 여러 방송인들이 도박 혐의로 방송을 중단했다가 속속 복귀하고 있다. 나름의 자숙 기간을 갖고 웃음으로 보답하겠다는 굳은 각오로 돌아오는 것이기에 이들의 복귀를 마냥 반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전과만 아니라면 놓치기 아쉬운 ‘악마의 재능’에 방송가도, 대중도 ‘패자부활전’ 카드를 내주게 되는 것.
다만 방송 복귀가 곧 도박 혐의까지 용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부끄럽고 감춰야 할 과오인 도박 전과를 대놓고 개그 아이템으로 희화화하는 부적절한 태도는 웃기지도 않지만, 도박에 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도 있다.
‘개그콘서트’, ‘1박2일’이라는 국민 프로그램에 ‘도박 혐의로 하차’라는 치명적 오점을 남겼던 김준호가 SBS 간판 프로그램 ‘미우새’에도 민폐를 끼치는 건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과거 경험이 얼마나 짜릿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개그맨의 신분을 지키고 싶다면 이제 불편한 무용담은 접어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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